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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신고 알바생, 무혐의 사흘 만에 극단 선택

서정민 기자
2026-04-10 07: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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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하던 주점 사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20대 여성이 경찰의 무혐의 결정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단 한 차례의 피해자 조사와 CCTV 영상 등을 근거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으나, 검찰은 이후 보완 수사를 요구한 상태다.

10일 동아일보 보도 및 유족·경찰 등에 따르면, 피해 여성 A씨(20대)는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2시경 경기 안산시 단원구 한 주점의 40대 사장을 준강간 혐의로 안산단원경찰서에 신고했다. 당일 새벽 영업을 마친 뒤 오전 11시 30분경까지 이어진 가게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항거 불능 상태인 자신을 사장이 간음했다는 것이 신고 내용이었다.

경찰은 신고 접수 약 1시간 후인 오후 3시 30분경 A씨를 한 차례 조사해 10여 쪽의 진술 조서를 작성했다. 이후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인 해바라기센터에서 측정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5%로, 운전면허 취소 기준(0.08%)을 웃도는 수치였다.

그러나 경찰은 추가 피해자 조사 없이 지난 2월 14일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사장 측이 제출한 CCTV에 A씨가 사건 직후 웃으며 대화하고 걷는 모습이 포착된 점, 사장이 ‘합의에 따른 관계였다’고 진술한 점 등을 토대로, A씨가 항거 불능 상태였거나 사장이 이를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불송치 통보서는 2월 18일 A씨에게 전달됐다. 사흘 후인 21일, A씨는 이의신청서와 함께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이 확인한 A씨의 휴대전화에는 경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확인하지 않은 자료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사건 직후 친구에게 사장이 자신을 간음했다는 내용과 함께 “죽고 싶어”라는 메시지를 보낸 기록이 있었고, 사건 11일 전에도 ‘사장한테 성추행당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지인에게 전송한 사실이 확인됐다.

유족 측은 “경찰이 단편적인 증거로만 판단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A씨가 남긴 이의신청서가 경찰에 접수되면서 사건은 자동으로 검찰로 이송됐고,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지난달 16일 ‘CCTV 시간 오차 확인 및 참고인 대면 조사 등 추가 증거를 확보하라’는 취지로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은 지난 8일 참고인 2명을 추가 조사한 결과 등을 검찰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주점 사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특별히 따로 말씀드릴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CCTV에서 당시 상황이 전부 확인되기 때문에 피해자 2차 조사 등을 하지 않았다”며 “(디지털 증거는) 당시 피해자가 제출하지 않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우울감이나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은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또는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1577-0199로 연락하시면 24시간 도움받으실 수 있습니다.